1. 사안의 배경
상대방과 운전 문제, 주차 문제 등으로 시비가 걸리고, 급기야 화가 나서 상대방 차량의 문을 발로 차거나, 문을 밀어버리거나 하는 등의 행위를 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상대방은 휴대폰 카메라로 해당 장면을 촬영하거나, 차량 블랙박스, CCTV 영상 분석 등을 통해 증거를 확보하고 경찰에 신고하게 되고, 일반적으로 이러한 경우 차량에 대한 재물손괴죄가 성립하게 됩니다.
아래에서는 재물손괴를 인정한 판례 3개를 간단히 살펴 보고, 차량이 손괴되어 수리를 하였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으므로 무죄를 선고한 판례가 있어 해당 판례를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관련 법리
형법 제366조는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법 제366조(재물손괴등))
재물손괴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타인의 재물을 손괴한다는 ‘고의’가 있어야 하며, 실제로 재물의 전부 또는 일부에 유형력을 행사하여 물질적으로 훼손함으로써 그 본래의 효용을 멸실 또는 감손시키는 ‘결과’가 발생해야 합니다.
3. 유죄를 선고한 판례 소개
법원은 ‘주먹으로 쳐 찌그러트린 경우’(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5. 13. 선고 2025고정301 판결), ‘발로 차 흠집이 나게 한 경우’(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25. 7. 22. 선고 2025고단503 판결), ‘플라스틱 의자를 집어던져 휀다가 움푹 파이게 한 경우’(서울북부지방법원 2024. 1. 19. 선고 2023고단2144, 2023고단4823, 2023고단3245202 판결) 등 명백한 손상의 결과와 그에 대한 증거가 존재하는 경우에 재물손괴죄를 유죄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5. 13. 선고 2025고정301 판결
범죄사실
피고인은 2023. 5. 25. 00:15경 <주소> 앞 노상에서, 그곳에 주차되어 있던 피해자 E 소유의 <차량번호> QM6 차량의 운전석 쪽 문을 주먹으로 쳐 찌그러트려 수리비 50만 원 상당이 들도록 이를 손괴하였다.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2025. 7. 22. 선고 2025고단503 판결
범죄사실
3. 재물손괴
피고인은 2024. 12. 31. 02:11경 <주소>에 있는 '<주점명>' 주점 앞 노상에서, 지인 관계인 피해자 F이 차로 막고 비켜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화가 나, 피해자 소유인 시가 미상의 <차량번호>호 쏘나타 승용차의 조수석 쪽 문을 발로 차 흠집이 나게 함으로써 피해자 소유의 재물을 손괴하였다.
서울북부지방법원 2024. 1. 19. 선고 2023고단2144, 2023고단4823, 2023고단3245202 판결
범죄사실
1. 재물손괴
피고인은 2023. 4. 23. 20:00경 서울 성북구 B에 있는 'C' 앞길에서 피해자 D(남, 72세)가 피해자 소유인 (차량번호 1 생략) K3 승용차를 주차한다는 이유로 화가 나 위 승용차의 조수석 뒤 휀다 부분에 플라스틱 의자를 2회 집어던져 휀다가 움푹 파이게 하여 수리비 495,000원 상당이 들도록 파손하였다.
4. 무죄를 선고한 판례 소개
대전지방법원 2025. 8. 13. 선고 2025노947 판결은 피고인이 택시 조수석 문을 1회 걷어찬 사안에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재물손괴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습니다.
대전지방법원 2025노947 판결 무죄 이유 요약 정리
① 행위가 있기 직전 차량의 상태를 확인할 자료가 없는 점
② 발로 찼다는 사실만으로 손상이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손상을 유발하기에 충분한 강도였는지 확인할 자료가 없는 점
③ 현장 출동 경찰관이 촬영한 사진이나 이후 촬영된 사진을 통해서도 손상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점
④ 피해자가 수리비 견적서만 제출했을 뿐 실제 수리를 진행했는지 입증할 자료가 없는 점
아래에서는 해당 판례의 주요 부분 전체를 소개하는바, 시간이 있으신 분들은 정독을 권합니다.
다. 이 부분 공소사실
피고인은 피해자 E(남, 57세) 운전의 <자동차번호> 택시(이하 '이 사건 택시'라 한다)에 탑승하여 <주소>에 있는 K아파트 정문 앞까지 이동한 뒤, 피해자가 위 아파트 후문 쪽으로 돌아서 운행하였다는 이유로 요금을 5,000원만 내겠다고 주장하여 피해자와 다투던 중 2022. 6. 11. 00:34경 위 정문 앞에서 피해자에게 "야 그럼 내가 10만원 줄게 됐지"라고 말하며 발로 피해자 소유의 위 택시(승용차) 조수석 문을 1회 걷어 차 위 승용차를 수리비 443,838원 상당이 들도록 손괴하였다.
라. 이 사건에 관한 구체적인 판단
무릇 형법 제366조 소정의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을 손괴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 성립하는바(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2590 판결 등 참조), 여기에서 재물의 효용을 해한다고 함은 사실상으로나 감정상으로 그 재물을 본래의 사용목적에 제공할 수 없게 하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한편 기본적인 구성요건행위인 '손괴'라 함은 재물 또는 문서의 전부 또는 일부에 유형력을 행사하여 물질적 내지 물리적으로 훼손함으로써 그 원래의 효용을 멸실시키거나 감손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반드시 물건의 중요한 부분을 훼손함을 요하지 않으며, 간단히 수리할 수 있을 정도의 경미한 것이라도 상관없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피건대,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일시·장소에서 피해자 소유의 이 사건 택시 조수석 문을 1회 걷어찬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에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택시를 수리비 443,838원 상당의 수리비가 들도록 손괴한 사실 또는 물질적 내지 물리적으로 이 사건 택시 내지 그 택시의 조수석 문짝을 훼손함으로써 그 원래의 효용을 멸실시키거나 감손시키는 행위를 하였는지 여부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① 피고인이 위와 같은 행위를 하였을 당시 더 정확하게는 그와 같은 행위가 있기 직전에 이 사건 택시의 상태 특히나 택시 조수석 문짝의 상태가 어떠하였는지를 확인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
이 사건 택시의 조수석 문짝 상태를 직접적으로 확인시켜 주는 자료가 전무함은 물론이고 그것이 어떠하였다는 것인지 추측 내지 짐작이라도 하게 하여 주는 자료도 없다. 사실 그 점과 관련하여서는 "객관적인 자료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유일한 증명의 상태 혹은 출발점(기반사실)인 것처럼 조사(수사)가 이루어졌을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함부로 최종의 결과 내지 현존 상태가 피고인 행위의 결과물인 것처럼 취급되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적어도 무죄추정의 원칙(헌법 제27조 제4항)이라는 기반(基盤)에 올라서서 증명을 진행하여 나아가는 형사재판에서의 입증 내지 증명이 그와 같아서는 아니 될 것이다.
② 피고인이 발로 이 사건 택시의 조수석 문짝을 차기는 하였다고 하지만 그 강도(强度)가 택시 문짝에 사소하더라도 손상을 유발하기에 충분한 정도였는지를 확인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 이 사건 택시와 같은 차량의 문짝은 안쪽에 프레임이 설치되어 있고 표면은 굴곡이 있는 강판을 이용하여 원래부터 어지간한 충격을 견뎌낼 수 있도록 제작되는 것인바, 발로 찼다는 사실 그 자체가 곧바로 차인 물건의 손상의 발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 강도(强度)가 실제로 강판(鋼板)의 변성 혹은 변형을 유발할 정도였는지 여부는 결국에는 당해 가격당한 물체의 변형이나 손상된 상태를 통하여 짐작할 수밖에 없는 것인데, 본건의 경우 그러한 변형 또는 손상을 보여주는 아무런 자료가 없다.
즉, 이 사건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2022. 6. 12.자「입건전조사보고서(현장사진 첨부보고)」에는 현장에서 촬영된 이 사건 택시의 조수석 문짝 사진 1장이 첨부되어 있다. 아래 사진이 바로 그것인데, 이것을 통하여 문짝이 손상된 사실이 확인되지는 않는다.
이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이 2022. 6. 26. 조사출석을 위해 충남아산경찰서에 방문한 피해자의 <자동차번호> 차량 즉 이 사건 택시를 직접 확인한 후 작성한「입건전조사보고서(증거기록 제28쪽)」에는 다음과 같이 기재되어 있다.
이러한 기재를 근거로 함부로 손상이 확인된다거나 그것이 증명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피고인이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행패를 부린 사실이 용서를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나, 그렇다고 하여 손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를 하였지만 발견할 수 없었던 흔적을 "함몰되었었으나 펴 놓은 상태이다"라는 피해자의 말(이것은 대표적으로 '정박효과anchoring effect'를 유발하는 말이다)을 듣고서 다시 "자세히 살펴보니, 스크래치가 살짝 있고 미세하게 찌그러져 있었다"라고 말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형사처벌이 가능할 정도의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이 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피해자가 말하는 '펴 놓았다'는 것이 어떻게 어디를 폈다는 것인지도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그 날은 이 사건 발생일로부터 무려 보름이 지난 시점이다. 막말로 피고인의 행위 이후에 비슷한 일이 절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이 말은 피해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말이 아니다. 그가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누군가에 의해서 비슷한 부위에 충격이 가해졌을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래 3장의 사진은 위 2022. 6. 26. 아산경찰서 마당에서 담당경찰관이 촬영하여 기록에 붙여놓은 것들이다. 그중에서 첫 번째 사진은 차량의 전면부만 볼 수 있게 촬영된 것이라서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조수석 문짝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가 확인되지는 않는다. 나머지 2장은 조수석 문짝 부분을 보여주기는 한다. 그러나 그것을 통하여 손상의 흔적이나 증좌가 찾아볼 수는 없다. 애써 원으로 손상 부위를 표시한 경찰관마저도 "스크래치가 조금 있고, 미세하게 찌그러져 사진상 구별 안 됨"이라는 설명을 남겨 놓은 것(증거기록 제31쪽)도 바로 이러한 사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할 것이다.
③ 다른 측면에서, 이 사건 발생 당일 작성된「발생보고서」의 '4. 발생개요'에는 피고인의 혐의와 관련하여 "가. 폭행, 나. 재물손괴미수"로 기재되어 있고, 재물손괴미수와 관련하여서는『피고인이 피해자 소유의 시가 미상의 <자동차번호> 택시차량 조수석쪽 문을 발로 참으로써 이를 손괴하려 하였으나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라고 기재되어 있을 뿐인바(증거기록 제6쪽), 이 사건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마저도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 차량에 손상이 발생하지는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④ 그리고, 조사과정에서 경찰관은 피해자에게 "차량 수리는 받았나요"라고 물었는데, 피해자는 "모르겠습니다. 수리를 한다면 제 사비로 해야 되기 때문에 아직까지 계획은 없습니다"라고 답하였는바(증거기록 제22쪽), 이것은 실질적으로 수리가 필요한 수준의 손상이 발생한 것이 아님을 우회적으로나마 시인하고 있는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이러한 피해자의 진술 자체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의 행위로 인하여, 법률적 또는 규범적 평가의 차원에서, 이 사건 택시의 효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도의 손상이 유발된 것이 확인(증명)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⑤ 피해자는 재물손괴 피해액과 관련하여 수리비가 403,489원으로 책정된 견적서만을 제출하였을 뿐(증거기록 제68쪽), 실제 수리진행 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차량을 수리비 443,838원 상당의 수리비가 들도록 손괴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4.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사유가 있으므로,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5. 결어
저는 이처럼 차량 재물손괴 사건에 대하여 여러 판례를 분석한 후, 의뢰인의 상황에 맞는 피의자 의견서를 작성하여 드린 경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재물손괴 사건뿐만 아니라 각종 형사사건에 연루되어서 변호인을 정식으로 선임하여 변호인 의견서 제출, 경찰 조사 동석이 필요하신 분이 계시거나, 변호인을 정식으로 선임하지는 않더라도 수사기관 등에 제출할 피의자 의견서 작성 등에 대하여 지원을 받고 싶으신 분이 계시다면 언제든지 연락주시면 사안을 검토한 후 그에 맞는 조력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