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안의 배경
약혼을 하고 결혼을 준비하던 중 여러 갈등으로 인하여 파혼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때 결혼 준비에 들인 비용의 정산문제, 예물과 예단의 반환 문제, 한쪽 당사자의 귀책사유가 크다면 위자료 지급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약혼의 성립 기준, 약혼 파기시 비용 분담과 위자료, 예물과 예단의 반환 문제에 대하여 검토하여 보도록 하겠습니다.
2. 약혼의 성립 기준
약혼은 특별한 형식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장차 혼인을 체결하려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가 있으면 성립합니다. 이러한 합의는 명시적인 경우뿐만 아니라 묵시적인 합의로도 가능합니다.
다만 법원은 약혼 성립에 따르는 법률적 구속력을 고려하여, 단순한 교제를 넘어 약혼에 이르렀다고 인정하는 데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입니다. 판례는 약혼이 성립되었다고 보기 위해 다음과 같은 객관적인 징표를 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양가 부모님이 만나는 상견례, 예식장 예약, 결혼식 날짜 확정 등 결혼을 위한 구체적인 준비를 시작한 경우 약혼 성립을 인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한 법원은 상견례를 마치고 예식장을 예약한 시점에 약혼의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교제 기간 중 '결혼', '부부' 등의 표현을 사용한 편지를 주고받았더라도, 상견례나 예식장 예약 등 구체적인 준비가 없었다면 약혼 성립을 부정하기도 했습니다.
양가 가족 및 지인들에게 구체적인 일정을 정하여 혼인할 예정임을 알리는 행위도 약혼 성립의 중요한 징표가 될 수 있습니다.
당사자 사이에 확정적으로 혼인 의사가 합치되었음을 추단할 만한 사정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일방의 임신으로 결혼 논의가 시작되었더라도, 그 과정에서 혼인 의사를 여러 차례 번복하거나 연락을 피하는 등의 사정이 있었다면 진지한 의사 합치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워 약혼 성립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서울가정법원 2021. 5. 14. 선고 2020르33279 판결
1) 일반적으로 약혼은 특별한 형식을 거칠 필요 없이 장차 혼인을 체결하려는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있으면 성립한다(대법원 1998. 12. 8. 선고 98므961 판결 참조). 또한 약혼을 해제한 때에는 당사자 일방은 과실있는 상대방에 대하여 이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806조 1항).
2)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와 피고가 2019. 4.경 양가 부모님과 상견례를 마치고 2019. 5. 15.경 예식장을 예약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예식장을 예약한 2019. 5. 15.경에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약혼의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할 것이다.
부산고등법원 2024. 12. 20. 선고 2024르30718 판결
4. 구체적 판단
위 인정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피고와 교제하는 동안 피고에게 반지, 의류, 구두, 운동화 등의 선물을 사주고, 2011. 10.경부터 2015. 1.경까지 피고의 부산은행 계좌로 수십 회에 걸쳐 합계 500~600만 원 가량을 이체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 인정사실에서 본 사정들과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주장하는 물품들이 약혼예물로서 교부된 것으로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원고와 피고가 교제하는 사이를 넘어 약혼의 성립에까지 이르렀다고 보기 위해서는 원고와 피고가 상견례, 예식장 예약 등 결혼을 위한 구체적인 준비를 시작하거나 적어도 구체적인 일정을 정하여 양가 가족 및 지인들에게 혼인할 예정임을 알리는 등 당사자들 사이에 확정적으로 혼인 의사가 합치되었음을 추단할 만한 객관적인 징표를 요한다고 할 것인데, 원고와 피고는 위와 같은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논의하거나 준비를 한 적은 없고, 원·피고의 가족들이 원·피고의 혼인을 인정한 것으로 볼 만한 구체적인 사정도 엿보이지 않는다. 피고가 2014. 5.경 원고에게 교부한 편지의 내용도 '현재는 피고가 피고의 가족에게 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을 전제로 향후 결혼에 관하여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보자고 제안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비록 피고가 원고에게 교부한 편지들에 '결혼', '부부'를 언급하는 내용이 있고, 피고가 2014. 7.경 원고에게 목걸이를 선물하거나, 2015. 1. 1. 스케치북을 이용하여 사랑을 고백한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들만으로는 적어도 2015년 이전까지는 원고와 피고가 결혼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서로 진지하게 교제하는 것을 넘어서서 확정적인 혼인의 약속을 하였다고까지 보기는 어렵다.
② 약혼해제를 원인으로 하여 그 반환을 구할 수 있는 약혼예물은, 약혼 성립 과정에서 이를 증명하거나 당사자의 정리를 두텁게 할 목적으로 교부한 예물, 예단 또는 그에 준하는 성질의 물품을 의미한다. 그런데 원고가 주장하는 금품 중 적어도 반지를 제외한 나머지 금품들은, 그 내역과 교부시기 등을 고려할 때, 연인 간에 통상적으로 주고받는 선물이나 금전 지원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고, 결혼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더욱이 원고가 피고에게 이체한 금전의 경우 비슷한 기간 동안 피고도 원고에게 그에 상응하는 금전을 이체한 사정을 고려할 때 그것이 피고에 대한 지원금 내지 증여금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고 보기도 어렵다.
③ 원고가 피고에게 교부하였다고 주장하는 반지도 그중 1개는 원·피고가 교제를 시작한 지 불과 두 달여 지난 시점에 수수한 것이고, 나머지 1개는 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2013년 여름경에 수수한 것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반지 수수시점에는 원·피고 사이에 약혼이 성립하였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를 약혼예물이라고 볼 수 없다(한편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위 반지들의 가액이 300만 원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3. 약혼 파기시 비용 분담 및 위자료
약혼 파기 시 결혼 준비 비용은 단순히 1/2로 분담하거나 귀책비율에 따라 기계적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민법 제806조에 따른 손해배상의 법리에 따라 처리됩니다. 즉, 약혼 해제에 과실(귀책사유)이 있는 당사자가 상대방이 입은 재산상 및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집니다.
비용 분담의 원칙: 약혼 파탄의 책임이 일방에게 있다면, 그 일방이 상대방이 지출한 결혼 준비 비용(재산상 손해)과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배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쪽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파혼을 통보한 경우, 파혼을 통보한 측이 상대방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합니다.
쌍방 과실의 경우: 만약 약혼 파탄의 책임이 쌍방에 대등하게 있다고 판단될 경우, 각 당사자는 상대방에게 손해배상(위자료 등)을 청구하기 어렵습니다. 법원은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애정과 신뢰를 바탕으로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한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못한 채 쌍방의 귀책으로 해소된 것"으로 보아 양측의 위자료 청구를 모두 기각한 사례가 있습니다.
손해배상의 범위: 재산상 손해배상이 인정되는 비용은 약혼 및 혼인 준비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비용에 한정됩니다. 판례에 따르면 상견례 비용, 웨딩홀 예약금 및 위약금, 웨딩촬영 계약금 등은 재산상 손해로 인정될 수 있으나, 신부 마사지 비용, 하객용 감사편지 구입비 등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서울가정법원 2021. 5. 14. 선고 2020르33279 판결
4. 약혼 해제로 인한 위자료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일반적으로 약혼은 특별한 형식을 거칠 필요 없이 장차 혼인을 체결하려는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있으면 성립한다(대법원 1998. 12. 8. 선고 98므961 판결 참조). 또한 약혼을 해제한 때에는 당사자 일방은 과실있는 상대방에 대하여 이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806조 1항).
2)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와 피고가 2019. 4.경 양가 부모님과 상견례를 마치고 2019. 5. 15.경 예식장을 예약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예식장을 예약한 2019. 5. 15.경에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약혼의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원고와 피고의 약혼이 파기된 결정적인 원인에 관하여 보건대, 동거기간 중 원고가 피고의 웹툰을 지적하는 문제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다툼이 있어왔던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단순한 연인관계를 넘어 장차 결혼을 약속한 당사자들은 상대방과 다툼이 있을 경우 상대방과의 대화와 소통을 통해 현명하게 문제를 해결하여야 할 책임이 있음에도, 피고는 원고가 자신의 웹툰을 지적한다는 이유로 원고와 크게 다툰 뒤 원고 몰래 동거하던 집에서 이사를 나가려다 원고에게 들키자 원고에게 파혼을 선언하고 떠나버렸으며, 미안하다며 사과하는 원고를 매몰차게 거절하며 파혼만을 고집하였는바, 이러한 피고의 일방적인 파혼 통보가 원고와 피고의 약혼이 해제된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피고의 귀책사유로 인한 약혼 해제로 인하여 원고가 입었을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이를 금전적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피고는, 가사에 대한 원고의 무관심, 폭언과 욕설, 피고 작품에 대한 간섭과 통제, 원고의 파혼 통보 등 원고의 귀책에 의하여 약혼이 해제되었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원고가 피고의 웹툰에 대하여 비판하는 문제로 원고와 피고가 다툼이 있었던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피고가 원고에게 자신의 웹툰에 대한 검수를 요청하여 원고가 이에 응하다가 피고의 웹툰에 대한 지적을 하게 된 점, 피고 스스로도 피고가 웹툰을 창작하는 데 원고의 도움과 기여가 있었다고 인정한 점, 위와 같은 다툼은 원고와 피고가 진지한 대화를 통하여 충분히 극복·개선할 수 있는 문제로 보일 뿐 파혼에 이를 만한 심각한 갈등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약혼이 해제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손해액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와 피고가 약혼에 이르게 된 경위와 과정, 약혼 기간, 약혼 해제에 이르게 된 경위, 피고 책임의 정도, 약혼 해제 이후의 정황, 원고와 피고의 나이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위자료 액수는 5,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4. 예물 반환과 감가상각
약혼예물은 혼인의 불성립을 해제조건으로 하는 증여와 유사한 성질을 가집니다. 따라서 약혼이 해제되면 증여의 효력이 소멸하므로, 예물을 주고받은 당사자들은 이를 원상회복으로서 서로에게 반환해야 합니다.
이때의 원상회복은 원칙적으로 현물 반환, 즉 받았던 물건 그 자체를 돌려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석서에 따르면, 혼수품이나 예물은 이를 장만한 사람의 소유에 속하므로, 상대방이 점유하고 있다면 소유권에 기하여 또는 원상회복으로서 그 물품의 반환을 구하는 것이며, 그 물품을 장만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 상당액을 손해배상으로 구할 수는 없다고 설명합니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볼 때, 명품 가방과 같은 예물을 반환할 경우, 사용으로 인해 가치가 하락(감가상각)했더라도 그 감가상각에 해당하는 금액을 추가로 배상하라는 청구는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원상회복 의무는 받은 물건을 현재 상태 그대로 반환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예물이 훼손되거나 분실되어 현물 반환이 불가능한 특별한 경우에는 가액 배상이 문제 될 수 있으나, 통상적인 사용에 따른 가치 감소분까지 배상해야 한다고 볼 근거는 없다고 보입니다.
수원가정법원 2022. 10. 26. 선고 2021드단36004, 2022드단24848 판결
약혼은 혼인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혼인의 예약이고(대법원 1995. 12. 8. 선고 94므1676, 1683 판결 참조), 약혼 해제의 경우에는 약혼의 성립 이전의 상태로 회복할 수 없으므로, 여기서 원상회복은 약혼 성립의 증표 내지 수단으로서 상대방에게 교부한 금품 또는 상대방이 점유하고 있는 자기 소유 물건의 반환을 의미한다

5. 결어
저는 이처럼 약혼 파기에 대한 손해배상, 위자료 청구 쟁점에 대하여 검토해 본 경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약혼 파기로 인하여 상대방에서 무리한 요구를 할 경우 또는 귀책사유 있는 상대방에게 손해배상, 위자료 청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실 경우 법률 상담을 통해 과연 손해배상, 위자료 책임이 성립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하여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보이는바, 법률 상담이 필요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언제든지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